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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My Heart Is Full은 모리시의 네 번째 솔로 앨범 Vauxhall and I에 수록된 곡이다. 보즈 부어러(Boz Boorer)가 작곡하고 모리시가 가사를 붙였다. 1995년 Les Inrockuptibles과의 인터뷰에서 Morrissey는 “이 노래는 제가 성인이 되고 성숙해진 모습을 확실하게 표현한 곡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가사를 부를 수 있어서, 이 상태에 도달하게 되어 정말 기뻤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후 저는 완벽하게 은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제목 그 자체에서 주는 느낌은 그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느꼈을 충만감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그런데 가사를 들여다보면 예의 모리시 특유의 다양한 층위의 은유가 섞여 있는 가사여서 의미를 파훼하기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이 노래에는 화자가 친구로 여기는 Dallow, Spicer, Pinkie, Cubitt라는 별명의 인물의 별명이 나열되는데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인물들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의 1938년 소설 브라이튼락(Brighton Rock)과 이를 기반으로 1948년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악당들의 별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리시는 갱단의 일원으로 이들의 동업자였다는 말일까? 결정적으로 제목이나 나머지 가사에서 짐작되는 상황과는 조금 동떨어진 세계관이어서 의아하기도 하고 그냥 모리시답기도 한 구절이다.
Tell all of my friends
(I don’t have too many
Just some rain-coated lovers’ puny brothers)
Dallow, Spicer, Pinkie, Cubitt
Rush to danger
Wind up nowhere
내 친구 모두에게 말해줘
(별로 많지는 않지만
그냥 레인코트 입은 연인들의 보잘것없는 형제들)
달로우, 스파이서, 핑키, 큐빗
위험 속으로 달려들다
결국 아무 데도 가지 못하다
가사에서 ‘레인코드 입은 연인들’은 주인공 Pinkie와 그의 아내 Rose를 의미하는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에 둘은 빗속을 헤치고 부두로 가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사에서처럼 위험을 향해 질주하지만, 결국 아무 곳에도 닿지 못한다. Rose는 남편 Pinkie를 사랑했지만, 이 사랑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다만 둘 모두 카톨릭 신자였다는 공통점을 매개로 극 중 다양한 단어로 표현되는 “회개”의 가능성이 유일한 희망이었을 뿐이다. 모리시는 아마도 이러한 메시지 때문에 그들의 별명을 언급한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만 짐작되는 구절이다.
한편, 영화 자체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원작자 그레이엄 그린은 ‘제3의 사나이’나 ‘조용한 미국인’ 등의 걸작 스릴러를 써낸 위대한 소설가이지만, 이 작품의 줄거리 자체는 앞서의 작품들보다 더 치밀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아니면 뛰어난 원작에도 불구하고 영화화가 서툴렀을 수도 있고, 그러한 취지의 평론도 당시에 존재했던 것 같다. 어쨌든 나중에는 ‘위대한 영국 영화’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된다고 한다. 리즈 시절의 리차트 아텐보르(Richard Attenborough)를 볼 수 있는 것도 영화의 한 매력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