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he cover art can be obtained from Parlophone., Fair use, Link
기억하기로 Vauxhall and I는 내가 두 번째 구매한 모리씨의 솔로 앨범이다. 첫 번째로 구매한 앨범은 Your Arsenal이었다. 1990년대 중반은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수입 씨디를 쉽게 구할 수 없는 시기였는데 이 앨범을 구매한 가게는 아마도 압구정동에 있는 음반 가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던락 계열의 수입 씨디를 많이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상호는 기억나지 않는다.
여하튼 이 앨범을 들었을 때는 전작 Your Arsenal보다 캐치한 곡이 적다는 느낌이어서 실망했었다. 앨범에서 가장 비중이 높다고 생각하는 트랙 The More You Ignore Me, the Closer I Get도 뭔가 중량감이 떨어졌다. 어쨌든 앨범에서 첫 번째로 발매된 싱글인 이 곡은 빌보드핫100차트 46위까지 오르며 모리씨의 유일한 빌보드 싱글 차트 히트곡이 되었다.1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Your Arsenal보다는 더 자주 듣지 않았던 앨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 나의 음악 감상 성향에 미친 영향은 당연히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내 PC통신 채널의 아이디 중 하나도 Mozz였다.2
이 앨범의 장르를 정한다면 전형적인 90년대 브릿팝이다.3 왜냐하면 브릿팝의 정점에서 태어난 앨범이기 때문이다. 앨범이 발매된 1994년에 발매된 또 다른 앨범으로는 Blur의 Parklife, Oasis의 Definitely Maybe, Suede의 Dog Man Star 등이 있다. 그야말로 브릿팝이 글로벌 대중음악계를 점령한 시기였다. 한국은 본국인 영국이나 같은 영어권인 미국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홍대 클럽에만 가도 브릿팝을 지겹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 이제는 후배에게 살짝 밀려난 아는 사람만 안다는 – 모리씨도 있었다.
지금 위키피디아의 설명을 보니 앨범 제목은 1987년의 영국 영화 Withnail and I에서 따온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4 Vauxhall은 런던에서 게이 클럽으로 유명한 지역이라고 한다. Withnail and I는 재밌게 본 기억이 나는데 이 앨범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미처 몰랐다. 다시 찾아서 감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피치포크나 NME5 등은 후에 이 앨범을 모리씨의 최고의 솔로 앨범으로 꼽았다고 한다. 나 역시 그의 앨범 중 가장 뛰어난 솔로 앨범 탑3에 들 자격이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1. “Now My Heart Is Full”
2. “Spring-Heeled Jim”
3. “Billy Budd”
4. “Hold On to Your Friends”
5. “The More You Ignore Me, the Closer I Get”
6. “Why Don’t You Find Out for Yourself”
7. “I Am Hated for Loving”
8. “Lifeguard Sleeping, Girl Drowning”
9. “Used to Be a Sweet Boy”
10. “The Lazy Sunbathers”
11. “Speedway”
- 모리씨는 개인적으로 이 곡의 성공은 그가 “건강해 보이고(look heathy)” 심지어 “거의 매력적으로(almost attractive)” 보이는 뮤직비디오 덕이라고 생각했다.(회고록 280쪽) ↩
- 아마도 telnet으로 운영되던 kids라는 통신망 ↩
- 미국에서는 계속 무식하게 “얼터너티브”라고 분류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모리씨는 가장 성공적인 “얼터너티브” 아티스트로 불리고 있었는데, 모리씨는 이런 평가에 대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무엇에 대한 대안(alternative)인데?” (회고록 257쬭) ↩
- 당시의 모리씨의 매니저였던 아놀드 스티펠(Arnold Stiefel)은 그 제목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The World Won’t Listen이나 다른 걸로 바꾸는 게 어때?”라고 조언했다고 한다.(회고록 281쬭) ↩
- 한편 이 앨범이 나올 때쯤 NME는 모리씨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계속 공격했다고 모리씨가 회고록에서 가루가 되게 씹는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모양. ↩